2014년 새해를 맞아, 한류스타 이준기는 잡지사 CECI에 초청되어 블록버스터급 화보를 촬영하고, 더불어 심도 있는 인터뷰를 했다.

이준기의 웃는 얼굴은 매우 따뜻해서, 그와 함께 일한 동료들도 따뜻하게 만들었고,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따뜻하게 만들었다. 일에 있어서는 꾸준히 맞붙어 싸우고, 자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심혈을 기울여 혼신의 힘을 다해 보답하는 것, 이것이 이준기가 가장 많은 노력을 바치는 두 가지 일이다.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고 타인의 긍정을 얻어내는 것처럼 양쪽을 다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의 노력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변화시킨다.

나는 배우입니다.

촬영 전에 이준기는 자진해서 DJ를 하고 자기가 준비한 노래를 방송했는데, 그때 사람들은 이 노래들이 며칠 후 콘서트에 나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빠른 리듬의 오프닝 곡은 사람들로 하여금 신속하게 촬영에 들어가게 하고, 분위기를 고조시킨 다음에는 조용한 발라드 곡을 틀어서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사람들이 충실한 오후를 보내게 해주었다. 새 앨범 <My Dear> 중의 노래를 들을 때, 이준기는 음악과 함께 흥얼흥얼 따라 부르면서, 리듬에 맞춰 경쾌한 춤을 추었다. 일초 동안 렌즈 속에서 천하를 군림했다가 이 일초 뒤엔 장난꾸러기, 양자리의 큰 사내아이—이준기의 영화와 텔레비전 이미지와 흡사한—로 변했다. 즉, 사람들이 아직도 그의 고전적 캐릭터인 공길이의 맑고 깨끗함을 좇는 게 아니라, 그의 남성다움이 십분 드러나는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의 배역들로 인해서 마음이 뒤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이준기의 본래의 모습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번에 이준기가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은, 후광을 벗어버린 100% 진실한 자기 자신이었다. 예능에서 보여준 자신의 다중적인 아이덴티티를 언급하며, 이준기는 주저하지 않고, “나는 배우입니다. 연기할 때 내가 할 일은, 만약 연기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하면, 나는 굶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꾸밈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한 대답은, 본인의 연기 노선에 대한 그의 고집이다. “비록 내가 많은 방면의 일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 이렇게 연기와 관련 있는 분야를 하는 것이 가장 좋고, 뮤지컬과 연극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이것들도 다 연기를 잘 검증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연기를, 가장 어렵고, 가장 재미있고, 또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생각합니다. 내가 (나의) 연기에 대해 요구하는 것은, 목숨을 다해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너무 힘들지라도, 마땅히 내가 연기를 하면서 하나하나 힘든 것들을 극복해냈을 때, 나는 매우 매우 기쁩니다. 내가 만약 배우로서만 활동한다면 공백기가 너무 기니까, 기대가 충만해 있는 팬분들에게 수고를 끼치게 되므로, 소속사는 기타의 활동들을 준비해서,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충분히 자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벤트성의) 일들은 결코 나의 전공 분야라서가 아니고, 나의 본업은 연기이며, 노래 등의 기타 영역에 있어서 나는 여전히 연습 단계에 있을 뿐입니다. 당연히 이러한 일들도 매우 흥미 있긴 하지만, 나는 이런 일들에 대해서는 항상 배우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기 이외의 경력은 나로 하여금 경험을 쌓게 하고, 나는 이로 인해서 즐겁고 자랑스럽습니다.”

 

To My Dear

새 앨범에 대해서 언급하자, 이준기도 자기 마음속의 “My Dear”에 대해 정의를 내리길, “이번 앨범으로 내가 팬분들에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고, My Dear란 곧 나의 팬분들입니다. 줄곧 나를 지켜준 팬분들에게, 내가 시시각각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모든 앨범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내가 텔레비전과 영화 작품 속에서 표현해내지 못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나에게 팬이란, 나를 자상하게 돌봐주는 엄마이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이며, 내가 외롭고 힘들 때, 나를 지지해 주고 힘을 주는 “여자친구”입니다. 나는 듣기 좋은 말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 노랫소리가 나와 팬들이 교류하는 다리가 됩니다. 내가 부르는 노래는 내가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항상 당신들을 사랑하고, 당신들을 생각합니다. 설령 공연이라는 형식이 나도 조금 부끄럽기는 할지라도, 음악을 통해서 우리들이 충분히 이러한 마음을 함께 나누고, 좋은 추억을 남긴다면, 매우 즐겁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팬들에 대해 언급하자, 이준기는 며칠 후의 북경 팬미팅에 대해 많이 생각하면서, “이번에 나는 배우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팬미팅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팬들과 밀접한 교류를 진행하고자 하며, 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팬미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한국어 노래를 중국어 버전으로 공연하는 것입니다. 저의 중국어가 별로 좋지 않아서, 중국어 가사를 외우는데 특별히 신경 썼는데, 노래로 내 마음속의 사랑을 표현하는 <월량대표아적심(달이 내 마음을 대신한다)>이 그것입니다. 나의 사랑이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충분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무지개 치마[공길을 말하는 듯]를 벗고, 본 모습을 남에게 보이다

"내가 옷을 고르는데에 어떤 엄격한 기준은 없고, 가장 편안한 옷이 가장 멋진 옷입니다. 잡지 화보를 촬영할 때는, 의상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나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좋은 옷을 입고 나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택할 것입니다. 패션계에서는 나의 자질과 경력이 아직 부족하여, 축적해가며 배우는 중입니다. 나는 일찍이 앙 드레김 선생님의 패션쇼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말 매우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앙 드레김 선생님의 패션쇼는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와 패션이 함께 결합하여, 그때 나는 패션쇼 무대 위에서 맡은 배역을 잘 연기하는 데 더욱 치중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만약 당시 내가 패션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이해했더라면, 더 잘 끝마칠 수 있었을 텐데 싶습니다. “아시아의 새로운 유행”에 대한 개념을 언급하자, 이준기도 자기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기를, "나 자신의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유행을 이끌 수 있는 것이지, 유행에 대해서 지역적인 구분과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옷을 입고 유행을 이끈다라기보다는, 옷이 신체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입든지 간에, 의복 자체가 어떻든지 간에, 최종 목표는 모두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달달한 포옹[중국 옛날 가곡 제목]

“나는 상 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것은 나에 대한 관중들의 지지를 나타내고, 나에 대한 업계의 인정입니다. 나는 현재까지도 시상식장에 가기 전에 벌벌 떨 정도로 긴장할 수 있고, 잠을 못 이룰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을 받고 난 후에 나는 늘 유달리 기분이 상쾌해지고, 유쾌해지고, 행복해집니다.” 이준기는 2013년에 획득한 두 개의 트로피를 언급할 때, 기쁨의 감정이 말에서 넘쳐 나왔다. 동시에 그가 2013년에 자신의 부족했던 점을 언급하기를, “최근에 내 작품들 모두 TV 드라마였는데, 드라마가 해외와 한국에서 모두 영화보다 더욱 대중화된 것은, 소재와 편폭에서 매우 많은 이점(우세함)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비록 많이 고생한다 하더라도, 우수한 TV 드라마 작품에 계속 출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3년 나는 정력을 모두 드라마 촬영에 쏟아부었고, <투윅스>를 매우 힘들게 촬영했습니다. 마땅히 예능 활동들에 많이 참가하고, 나의 팬들과 만족스러운 교류도 있어야 했지만, 전력을 다해 이런 일들을 해내지 못했기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스스로 약간 나태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이준기는 팬들을 위해서, 팬미팅 등의 선전활동 외에도, 더 많은 계획을 세웠다. “나는 영화와 텔레비전에서의 이미지와 앨범상의 이미지는 차이가 매우 큽니다. 왜냐하면, 내 TV 드라마들은 모두 엄숙한 편이어서 내 앨범 속에는 늘 달콤한 느낌들로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2014년을 기대해 주세요, 여러분들이 로맨틱한 이준기에 대해 가지는 호기심을 만족시켜드리기 위해서 여러분들에게 로맨틱하고 달달한 영화와 TV 작품들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Q. 대형 스크린으로 컴백할 계획은 있습니까?

 

A. 나는 반드시 대형 스크린으로 컴백할 것입니다. 나는 영화 작품으로 데뷔했고, 아울러 영화에 출연하여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영화는 나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입니다. 한국 영화뿐만 아니라, 합작영화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최근에, 중국과 한국 영화계의 합작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나도 적당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고, 중국 영화배우와 같이 작품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기회가 있다면, 어느 중국 영화배우와 같이 작품하고 싶습니까?

 

A. 당연히 우수한 영화배우와 같이 작품을 한다면 매우 좋겠지요. (하지만) 배우로서 나의 임무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을 창작해 내는 것이기에, 어떤 사람과 같이 작품 하는 것을 모두 서로 돕고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누구와 작품을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물론, 함께 영화를 촬영하는 데에는 반드시 약간의 묵계(밀약)가 필요한데, 이를테면, 배우와 스토리 간의 캐릭터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하고, 배우들 간에 표현하는 캐릭터가 서로 맞아떨어져야 하는 등등… 묵계는 이런 점에서 운명의 신이 보살펴 줘야 합니다. 나는 배우들 간에 같이 작품을 하는 것도 운명의 신이 안배를 한다고 여깁니다.

Q. 이번 촬영 중 어느 룩이 가장 좋았습니까? 입어 보니 사람들이 특히 좋아할 만한 것은 있었습니까?

 

A. 나는 정장 조끼 룩을 가장 좋아하는데, 매우 멋있습니다. 물론 이 옷차림은 심플한 듯하지만,  보디라인을 아주 잘 드러내 줍니다. (또한) 이 복장은 남성적인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데, 자유분방하면서 유능하고 노련해 보입니다. 나는 각양각색의 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는데, 색깔 면에 있어서는 검정과 빨간색처럼 심플하고 세련된[원래는 ‘노련한’의 뜻] 색채를 매우 좋아합니다.

Q. 당신은 뭘 입어도 좋아 보이는 모델 몸매를 가졌는데, 옷을 선택하는 것이 당신에게 매우 쉬운 일입니까?

A. 내 모델 친구들은 항상 나를 싫어하는데, “너는 왜 이렇게 옷을입니? 더 많이 신경 써서 입어야겠다."라고 말합니다. 비록 나도 늘 유행잡지를 보고, (옷을) 코디하는 데 마음을 쓸 수는 있지만, 친구들은 결코 내가 패셔너블하다고 느낄 것 같지 않습니다. 나는 옷을 고르는데 어떤 엄격한 기준이 없어서, 무엇을 입든 나에게는 간단한 일이고, 첫눈에 내가 좋아하는 옷을 보면 한번 입어보고, 그러고 난 후에 가장 편안한 옷을 고르면 OK입니다.

Q. 휴가 때 보통 무엇을 합니까 여행을 갑니까? 

A. 나는 대다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휴가 때에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들끼리 모입니다. 혼자 있을 때 영화 보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또 가족들과 함께 이따금 가족여행을 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나면 나도 게임을 하는데, 모르는 온라인 친구들과 게임을 합니다. 우리들끼리 한편으론 음성 채팅하고 한편으론 게임을 할 때, 어떤 사람이 말하길, “OO(이준기의 user name)의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은데 데뷔해도 되겠다.”라고 합니다. 나는 가상세계에서 노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Q. 중국 팬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습니까?

A. 중국 팬들은 특히 열정적이고, 연령 면에서도 가장 어린 편인데, 모두가 내게 주는 사랑은 다 똑같지만, 중국 팬들이 열정과 폭발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중국에서 느끼는 것은 늘 가득 찬 에너지라서 매우 흥분됩니다. 중국은 매우 커도, 나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방방곡곡의 지방에서부터 오는데, 모든 팬 한 명 한 명과 직접 교류할 수가 없어서 매우 미안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당신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이준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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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난 후 내게 각인된 이준기는 자신을 직시하는 데 두려움 없는 남자라는 거다.

과거와 현재의 비교든, 언제나 어렵기만 한 시청률이든, 옛날 작품 속 자신의 미숙한 모습이든, 그는 아쉬워할지언정 피하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천운 같은 영광을 누려본 사람만이 체득할 수 있는 자신감, 그 환희의 시간을 지났다는 아쉬움,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보여주고 말겠다는 패기가 치열하게 충돌하고, 그 흔적이 지금 이준기의 얼굴을 만들고 있다.

배우는 자신의 얼굴에 길을 내는 사람임에 분명하다. 몇 년 사이 이준기의 얼굴은 꽤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게다가 절묘하게도 그의 성향과 행보는 다른 한 남자의 그것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한 몸으로 두 인생을 살아내는 듯'한 격량의 시대, 개화기에 칼(전통이나 자존심)을 버리고 총(신세계이자 용기)을 쥐어야 했던 남자.
  
역사책을 통해 만났던 당시의 민중들과 1백 년이 지난 지금 어수선한 시국을 마주하며 마음 둘 데 없는 소시민들 모두에게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조선총잡이> 박윤강 말이다.

"지난해 <투윅스> 후 차기작이 로맨스나 멜로였으면 했던 것도 사실이예요. 매번 뛰고 구르고 쫓기고 고생하고 응어리져 있는 역할을 하다 보니 30대 남자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도 욕심이 났어요. 스트레스까지 받아가며 작품을 찾던 중 <조선총잡이>를 만났죠. 너무 새로운 옷에 집착하는 제가 배우로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대중에게 보이지는 모습에 연연하는 게 아닌가 싶어 스스로 실망하던 차였거든요. 모두들 히어로물 하면 이준기를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가 있을 테고, 한 장르로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다는 것도 역시 의미가 클 텐데 말이죠. 특히 <조선총잡이>라면 새로운 히어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갔어요."

'플랜비'없이 이준기만을 두고 쓰인 대본은 수개월 동안 그의 선택을 기다렸고, 그 신뢰에 마음을 열어젖힌 이준기는 기꺼이 합류했다.

그를 직접 만나보면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히어로로서 적격'이라는 제작진의 믿음에 공감을 표할 만한 몇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사극에 잘 어울리는 외모와 목소리(꽤나 남자답다), 왠만한 액션은 다 경험했다는 것(몸을 사리지 않는다), '양날의 검'같은 느낌(비극과 희극의 느낌을 모두 가졌다)까지.

생각해보면 <왕의 남자>를 제외하고는 반항아 고등학생으로 분한 <플라이 대디>, 드라마 폐인을 양산한 웰메이드 누아르 <개와 늑대의 시간>, 전설의 히어로 이야기 <일지매>, 현대 사회에서의 히어로 이야기 <히어로>, 절대 악에 맞서는 한남자의 이야기 <투윅스> 등 대부분 어떤 시대든 필요했고, 꿈꾸었고, 어쩌면 존재했을지 모를 영웅들 이야기였다.

혼란과 실패의 무게를 짊어지고 끝도 없이 언덕을 오르는 시지프스 같든, 혹은 엿 같은 세상에 '맞짱'뜨는 젊은이의 모습이든.

어쨌든 이준기는 현재 최상의 컨디션으로 6월말 첫 방송을 앞둔 드라마 촬영에 임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집에 혼자 있다시피 하다가 스태프 형들, 누나들, 친구, 동생 다 있는 어마어마한 현장에 들어와 있으면 너무 든든하고 행복해요. 일분 일초도 쉴 틈이 없죠. 함께 어울리면서 새로운 것도 듣고 배우고 되고. 작품 끝나면 스트레스나 부담감만 한 공허함이 찾아오지만, 새 작품을 시작한 이 순간은 진심으로 설레요."

지난 2007년 <개와 늑대의 시간>이후 남상미와 재회했다는 사실도 긴 레이스를 앞둔 이준기에게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새로운 배우들, 특히 여배우와 손발 맞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요. 그런데 상미는 워낙 친하니까. 그런 시간을 온전히 작품을 위해서만 쓸 수 있어요. 둘이 투닥거리는 신을 찍을 땐 특히나 재미있죠."

그때 풋풋한 20대였던 이들은 어느덧 30대가 되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가 잘 견뎌냈구나, 싶어요. 여전히 젊은 피로서 큰 작품의 주연으로 만난 건 자기관리를 잘했고, 미움 받지 않았다는 증거니까요."

<개와 늑대의 시간>을 '가능성'으로 기억한다. 브라운관에서 목격한 누아르의 가능성, 그리고 <왕의 남자>이후 계속 부표하는 것만 같았던 이준기가 다시 증명한 가능성. 돌이켜보면 '이준기 신드롬'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

그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이건 상전벽해 식의 스타 탄생 스토리가 아니다. 이준기는 수많은 사회, 문화적 담론의 화두였다.

'예쁜 남자'에 대하 팬심은 '크로스 섹슈얼'이라는 트렌드로 이어졌고, 각종 매체에서는 변화한 남성성에 대한 텍스트를 쏟아냈다.

또한 '남자가 예뻐도 좋다'는 사실을 확인한 패션, 뷰티 업계는 이를 산업으로 확장시켰다. 이준기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였죠.(웃음)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크로스 섹슈얼이 뭔지도 모른 채 제가 여자 화장품 광고까지 찍었으니까요."

당시 부모님의 극심했던 반대야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지인들도 배우의 꿈을 꾸는 그에게 "그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라" 충고하곤 했다.

"불확실했죠. 전형적인 미남형도 아니고, 좀 애매해요. <왕의 남자>니까 됐지. 그런데 사실 이준익 감독님도 저보고 너 참 이상하게 생겼다 하셨어요. 감우성 선배님도 엄청 반대하시고, 정진영 선배님만 쟤 뭐 있는데? 하셨대요. 감독님이 넌 외모는 탈락이지만 그 끼 때문에 뽑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특명을 내리셨죠. 오늘부터 모두들 얘를 어떻게든 이쁘게 보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해.(웃음)"

나는 공길이 그 기다란 눈매 때문에만 성공적인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인 이준기'의 연기력과 존재감은 베테랑들 사이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너무 정점에서 시작한 탓도 있겠지만, 그가 이렇다 할 또 다른 정점에 다다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유독 안타까웠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을까?

"가끔 생각은 해봤어요. 배우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았어야 하는데, 그 위치에서만, 인기에만 도취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솔직히 연기만 보자면 그때 칭찬 받은 만큼은 못할 것 같아요. 저도 변했으니까. 하지말았어야 했던 것들은 쏙쏙 떠오르네요.(웃음) 추억팔이 하자는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여전히 제게는 기회가 있으니까요. 이런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해보려고요. 방법은 하나뿐이에요. 배우의 진정성을 갖고 계속 그 길을 파는 거. 조바심 내지 말고, 부지런히. '그냥 이준기를 인정해주세요'보다는 '제가 한 작품이니까 인정해 주세요'죠. 아마 그 작품이 인정 받는 날, 저의 새로운 모습도 인정 받을 수 있으리라 믿어요."

확실이 이준기의 행보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먼저, 그는 한류스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나와 가족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나무 액터스의 식구가 되었다.

 

"배우로서 좀 더 발전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류를 타야 하는데, 한류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회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좀 더 윈윈하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또한 몇 년 저 SNS에 '소처럼 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인사말과 함께 도발적 사회 발언을 서슴치 않았던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대에 직설적으로 발언하는 것도 좋지만 지켜봐줄 줄도 알아야 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위로가 될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저는 이준기를 이렇게 봐주길 원해,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좀 부끄럽죠."

그리고도 이준기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빨리 어른스러워지지 않아야 것을 알고, 꽁꽁 닫고 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며, 앵무새가 되는 것보다 오히려 수다 떠는 인터뷰가 더 유익하다는 것도 안다. 이미 인터뷰를 시작한 지 한시간 반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준기와의 인터뷰 중 유독 많이 나오는 단어가 있다. 대중(팬, 시청자, 관객 등) 그리고 책임감.

"주연 자리는 누군가가 간절하게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소중한 기회잖아요. 그래서 전 현장에서 어떻게 하면 능동적으로 놀 수 있을지 늘 고민해요. 대중, 제작진, 그리고 제가 어떻게 소통하고 공유할까? 제겐 그게 책임감이예요."

세 시간 내내 뻘뻘 땀 흘리며 노래하고 춤추는,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그의 팬미팅(이번에는 세월호 참사로 취소되었지만)도 책임감의 일환이다.

"팬미팅은 그냥 사랑합니다, 가 아니라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자리,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리예요. 이 배우를 좋아하고 지지하며 함께 나이 들어간다게 행복하도록,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어요."

문득 이준기의 달라진 얼굴을 다시 봤다. 책임감이 이렇게 달콤한 단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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